팻 핑거, 2분 23초 만에 증권사 하나가 무너진 날: 한맥투자증권 사고부터 파산 종결까지
2013년 12월 12일 아침, 한맥투자증권의 옵션 자동매매 프로그램에 365 대신 0이 들어갔어요. 2분 23초 동안 3만 7,900여 건이 체결됐고 손실은 462억 원이었어요. 결제 마감, 432일 만의 파산, 대법원 판결 두 건, 2025년 파산 종결까지 따라가 봐요.
2013년 12월 12일 목요일 아침 8시 58분 2초였어요. 한맥투자증권의 한 직원이 옵션 자동매매 프로그램에 이자율 계산 변수를 넣었어요. 「잔존일수/365」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잔존일수/0」이 들어갔어요 (대법원 2017다227264).
장이 열리기 2분 전이었어요. 9시 정각, 프로그램이 주문을 내기 시작했어요. 2분 23초 뒤 회사가 전원을 내렸을 때 이미 체결된 거래는 3만 7,900여 건이었어요 (이투데이, 2023-05-14).
손실은 462억 원이었어요 (이투데이, 2014-01-08). 이 사건을 다룬 글은 대개 여기서 끝나요. 이 글은 그 뒤 12년 가까이를 따라가요.
주문이 호가창에 어떻게 쌓이고 체결되는지는 호가창 보는 법 글에 정리해 뒀어요. 이 글은 숫자 하나 때문에 주문이 엉뚱한 값으로 쏟아진 날의 이야기예요.
8시 58분 2초, 365 자리에 들어간 0
그날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었어요. 선물과 옵션의 만기가 한날에 겹치는 날이에요.
옵션은 정해진 날 정해진 값에 사거나 팔 권리를 사고파는 상품이에요. 한맥이 다루던 것은 코스피200 지수에 걸린 코스피200 옵션이었어요.
주문을 낸 것은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었어요. 자동매매 프로그램은 정해 둔 계산대로 알아서 주문을 내는 프로그램이에요. 판결문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외부 업체가 만든 것이었어요 (서울고법 2015나2055371).
365로 나눠야 할 값을 0으로 나누자 계산이 어긋났어요. 9시에 장이 열리자 프로그램은 코스피200 옵션 전 종목에서 「차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시장 가격과 동떨어진 값에 주문을 냈어요 (이투데이).
차익거래는 같은 값어치의 상품이 서로 다르게 매겨졌을 때 그 차이를 노리는 거래예요. 프로그램 눈에는 모든 옵션이 그런 기회로 보였던 셈이에요.
판결문이 적은 체결 시각은 9시 0분 0초부터 9시 2분 23초까지예요 (서울고법). 143초였어요.
팻 핑거라는 말
이런 사고를 금융시장에서는 팻 핑거라고 불러요. 굵은 손가락이 자판을 잘못 누른다는 데서 온 말이에요. 가격이나 수량을 잘못 넣어 큰 손실을 본 일을 가리켜요 (서울경제).
언론은 이 일을 「팻 핑거 사건」이라고 불렀어요 (경향신문, 2023-05-14). 다만 이날 잘못 들어간 것은 주문 가격이나 수량이 아니었어요. 계산식 안의 숫자 하나였어요.
143초 동안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들
주문이 체결되려면 반대편에 누군가 있어야 해요. 그날 한맥과 거래한 증권사는 46곳이었어요. 대부분 외국인 고객의 주문을 대신 낸 위탁거래였어요 (서울신문, 2013-12-13).
위탁거래는 증권사가 고객의 주문을 받아 대신 내는 거래예요.
이투데이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한 트레이딩 회사는 계좌 3개로 350억 원의 이익을 봤어요. 홍콩의 한 회사는 30억 원이었어요 (이투데이).
뒤에 한맥이 소송을 건 상대는 싱가포르 회사였어요. 판결문에 적힌 이름은 캐시아 캐피털(Cassia Capital Pte. Ltd.), 싱가포르 법인이에요 (서울고법).
한맥은 그날 바로 구제를 신청했어요. 그런데 신청은 거래 한 건마다 따로 내야 했고, 마감은 오후 3시 30분이었어요. 4만 건 가까운 거래를 그 안에 다 처리할 수는 없었어요 (이투데이).
제도에도 막힌 곳이 있었어요. 당시 규정은 거래 상대방이 동의할 때만 가격을 고칠 수 있게 했어요 (금융위원회, 2014-01-15).
상대가 동의하지 않으면 잘못 체결된 거래도 그대로였다는 뜻이에요. 한맥은 결제를 미뤄 달라고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비즈한국, 2025-10-31).
다음 날 오후 4시, 결제 마감
결제는 체결된 거래의 돈을 실제로 주고받는 일이에요. 옵션 거래의 결제는 다음 날이었어요.
12월 13일 오후 4시, 결제 마감 시각이 왔어요. 한맥은 돈을 내지 못했어요 (아주경제, 2013-12-18).
판결문에 따르면 내야 할 결제대금은 584억 4,418만 원이었고, 한맥이 낸 돈은 13억 4,080만 원뿐이었어요. 나머지 571억 338만 원은 한국거래소가 대신 냈어요 (서울고법).
거래소가 대신 낸 이 돈이 뒤에 9년 넘게 이어진 소송의 씨앗이 돼요.
결제대금과 손실은 다른 숫자예요. 금감원 결론을 전한 보도에 따르면 한맥의 손실은 462억 원이었어요. 언론에 따라 460억~463억 원으로 조금씩 달라요.
그중 439억 원은 손해배상공동기금으로 메웠어요 (이투데이). 손해배상공동기금은 결제 사고에 대비해 증권사들이 함께 모아 둔 돈이에요.
432일, 증권사가 문을 닫기까지
사고 34일 뒤인 2014년 1월 15일, 금융위원회가 한맥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어요. 같은 날 경영개선명령도 내렸어요. 부채가 자산보다 311억 원 많다는 판단이었어요 (금융위원회, 2014-01-15).
부실금융기관은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정상 영업이 어렵다고 금융당국이 지정한 금융회사예요. 경영개선명령은 그런 회사에 금융당국이 경영을 바로잡으라고 내리는 명령이에요.
7월에는 영업정지가 더해졌어요. 12월 24일, 금융위원회는 한맥의 인가 취소를 의결했어요 (뉴스토마토, 2014-12-24). 인가 취소는 금융당국이 내준 영업 허가를 거둬들이는 일이에요.
2015년 2월 16일, 법원이 파산을 선고했어요 (비즈워치, 2015-02-17). 이투데이는 사고부터 파산까지를 432일로 셌어요 (이투데이).
사고에서 끝까지를 한 줄에 놓으면 이래요.
그림: 날짜는 서울고법 판결문, 금융위원회 자료, 비즈워치에서 가져왔어요. 대법원 판결문과 비즈한국의 날짜도 같은 줄에 옮겼어요. 왼쪽 끝 두 점이 사고와 경영개선명령이고,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구간이 법정과 파산 절차에 걸린 시간이에요.
2023년 4월 27일, 같은 날 나온 판결 두 건
회사는 문을 닫았지만 다툼은 남아 있었어요. 한맥은 캐시아를 상대로 소송을 냈어요. 상대가 한맥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으니 거래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어요 (이투데이).
파산 뒤에는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이어받았어요. 파산관재인은 파산한 회사의 재산을 관리하고 나누는 일을 맡는 사람이나 기관이에요. 한맥의 파산관재인은 예금보험공사였어요 (경향신문).
1심 판결은 2015년 9월 11일에 나왔어요 (서울고법). 2심은 2017년 4월 7일이었어요. 사건은 그 뒤 대법원에서 6년을 더 머물렀어요.
2023년 4월 27일,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어요. 판결 요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7다227264).
값이 이상했다는 것만으로는 상대가 실수를 알고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에요. 거래는 취소되지 않았어요.
같은 날 판결이 하나 더 나왔어요. 한국거래소는 2014년 3월 한맥을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어요 (경향신문). 구상금은 남의 빚을 대신 갚은 쪽이 그 돈을 돌려 달라고 청구하는 돈이에요.
예금보험공사는 거래소가 감시를 소홀히 했다며 맞소송을 냈어요. 대법원은 거래소의 손을 들어주고 맞소송은 기각했어요. 거래소가 받을 돈은 411억 5,400여만 원으로 확정됐어요 (경향신문).
법원은 무엇을 문제로 봤을까요. 한맥이 주문 전 점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을 「중대한 과실」로 판단했어요 (뉴스프라임, 2023-05-15). 잘못 들어간 0 자체보다, 그 값을 넣기 전에 걸러 내지 못한 것이 판단의 중심이었어요.
2025년 10월 23일, 마지막 공고
판결이 확정되고 2년 반이 지났어요. 2025년 10월 23일, 서울회생법원이 한맥투자증권의 파산 종결을 결정했어요 (비즈한국, 2025-10-31).
파산 종결은 남은 재산을 채권자에게 나누고 파산 절차를 끝내는 일이에요.
비즈한국이 전한 숫자는 이래요. 나눠 줘야 할 채권은 435억 원으로, 거래소 몫 411억 원과 일반 채권 24억 원을 더한 값이에요.
나눠 줄 수 있는 돈은 34억 원이었어요. 비즈한국은 거래소가 받을 돈의 10%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고 적었어요.
사고에서 12년 가까이, 파산 선고에서 10년 8개월이 걸린 마무리였어요.
그날이 내 주문창에 남긴 것
경영개선명령을 내린 그날, 금융위원회는 대책도 내놨어요. 목적을 이렇게 적었어요. 「한맥증권과 같은 주문오류로 인한 대규모 손실발생 사고의 재발을 방지」 (금융위원회, 2014-01-15).
대책은 세 단계였어요. 증권사는 주문을 내기 전에 점검하게 했어요. 거래소에는 동적 상·하한가와 직권 취소의 길을 두기로 했어요.
동적 상·하한가는 짧은 순간 가격이 정해 둔 폭 밖으로 튀지 않게 막는 장치예요 (금융위원회).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갑자기 튈 때 체결 방식을 바꾸는 VI와 생각이 닮았어요.
2014년 9월 1일부터 파생상품 시장에 실시간 가격제한과 착오매매 구제가 새로 들어왔어요. 착오매매 구제는 착오로 생긴 손실이 100억 원 이상일 때 신청할 수 있는 제도예요 (이투데이, 2014-08-28). 사고 날 한맥이 거래 한 건씩 내야 했던 신청과는 따로 생긴 장치예요.
킬 스위치도 생겼어요. 착오 주문을 낸 계좌의 아직 체결되지 않은 주문을 한꺼번에 취소하는 장치예요. 2014년 파생상품 시장에 먼저 들어왔고, 2016년부터 주식시장으로 넓어졌어요 (이투데이, 2016-01-21).
장치는 개인 투자자의 주문창에도 닿아 있어요. 주문 금액이나 수량이 지나치게 크면 증권사가 경고하거나 체결을 보류해요.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른 것이에요 (금융위원회, 2018-05-28).
주문 버튼을 누를 때 뜨는 확인창과 경고 문구는 이런 사건들 뒤에 다듬어진 장치의 끝자락이에요. 그 주문이 호가창 어디에 쌓이는지는 호가창 보는 법 글에서 볼 수 있어요.
에필로그: 다른 두 번의 팻 핑거
2018년 4월 6일, 삼성증권에서도 숫자가 잘못 들어갔어요. 주당 1,000원의 배당금을 넣어야 할 자리에 1,000주가 들어갔어요. 계좌에 주식 28.1억 주가 들어왔어요 (금융위원회, 2018-05-28).
주식이 들어온 계좌는 2,018명의 것이었어요. 9시 35분부터 10시 6분까지 31분 동안 직원 22명이 1,208만 주를 팔겠다고 주문했어요. 그중 16명의 501만 주가 체결됐어요 (금융위원회, 2018-07-26).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팔린 일이라 흔히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라고 불러요. 삼성증권은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1억 4,400만 원을 받았어요 (금융위원회). 이 일은 2018년 5월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으로 이어졌어요 (금융위원회).
일본에도 비슷한 날이 있었어요. 2005년 12월 8일, 미즈호증권이 제이콤 주식 1주를 61만 엔에 팔 주문을 1엔에 61만 주로 냈어요. 곧바로 낸 취소 주문은 거래소 시스템 결함으로 처리되지 않았어요 (InvestmentNews, 2009-12-04).
손실은 407억 엔이었어요. 2009년 12월 4일 1심은 거래소 책임을 70%로 보고 약 107억 엔 배상을 명했어요 (Mondo Visione). 이 판단은 2015년 9월 4일 확정됐어요 (미즈호 SEC 공시).
일본은 취소가 거래소에서 막혀 거래소가 배상했어요. 한국 법원은 입력 전 점검을 다하지 않은 것을 한맥의 「중대한 과실」로 봤어요.
더 알아보기
- 호가창 보는 법, 위는 팔겠다는 값 아래는 사겠다는 값이고 전부 아직 체결 안 된 주문이에요: 주문이 호가창에 쌓이고 체결되는 화면을 읽는 법이에요
- VI 발동이 뜨고 거래가 멈췄어요? 멈춘 게 아니라 2분 동안 체결 방식이 바뀐 거예요: 가격이 갑자기 튈 때 주식시장이 체결 방식을 바꾸는 장치예요
참고자료
- 대법원, 2017다227264 판결 (2023-04-27)
- 서울고등법원, 2015나2055371 판결 (2017-04-07)
- 금융위원회, 한맥투자증권 부실금융기관 지정 및 경영개선명령 (2014-01-15)
- 금융위원회, 주문오류 사고 재발 방지 대책 (2014-01-15)
- 금융위원회,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 (2018-05-28)
- 금융위원회, 삼성증권 배당사고 제재 의결 (2018-07-26)
- 이투데이, 한맥투자증권 손실 462억 원 기사 (2014-01-08)
- 이투데이, 파생상품 실시간 가격제한·착오매매 구제 도입 기사 (2014-08-28)
- 이투데이, 킬 스위치 주식시장 확대 기사 (2016-01-21)
- 이투데이, 한맥투자증권 대법원 판결 기사 (2023-05-14)
- 서울신문, 한맥투자증권 주문 사고 기사 (2013-12-13)
- 아주경제, 한맥투자증권 결제 기사 (2013-12-18)
- 뉴스토마토, 한맥투자증권 인가 취소 의결 기사 (2014-12-24)
- 비즈워치, 한맥투자증권 파산 선고 기사 (2015-02-17)
- 경향신문, 거래소 구상금 소송 확정 기사 (2023-05-14)
- 뉴스프라임, 한맥투자증권 「중대한 과실」 판단 기사 (2023-05-15)
- 비즈한국, 한맥투자증권 파산 종결 기사 (2025-10-31)
- 서울경제, 팻 핑거 용어 설명
- InvestmentNews(AP), 도쿄증권거래소 배상 판결 기사 (2009-12-04)
- Mondo Visione, 도쿄증권거래소 소송 판결 공지 (2013-07-25)
-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SEC 제출 6-K 보고서 (2015)
자료들은 2026-10-17 에 열어 확인했어요.
이 글에 나오는 용어
- 팻 핑거: 가격이나 수량을 잘못 넣어 큰 손실을 본 주문 실수. 굵은 손가락이 자판을 잘못 누른다는 데서 온 말이에요.
-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선물과 옵션의 만기가 한날에 겹치는 날이에요.
- 옵션: 정해진 날 정해진 값에 사거나 팔 권리를 사고파는 상품이에요.
- 코스피200 옵션: 코스피200 지수에 걸린 옵션이에요.
- 자동매매 프로그램: 정해 둔 계산대로 알아서 주문을 내는 프로그램이에요.
- 차익거래: 같은 값어치의 상품이 서로 다르게 매겨졌을 때 그 차이를 노리는 거래예요.
- 위탁거래: 증권사가 고객의 주문을 받아 대신 내는 거래예요.
- 결제: 체결된 거래의 돈을 실제로 주고받는 일이에요.
- 손해배상공동기금: 결제 사고에 대비해 증권사들이 함께 모아 둔 돈이에요.
- 부실금융기관: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정상 영업이 어렵다고 금융당국이 지정한 금융회사예요.
- 경영개선명령: 부실금융기관에 금융당국이 경영을 바로잡으라고 내리는 명령이에요.
- 인가 취소: 금융당국이 내준 영업 허가를 거둬들이는 일이에요.
- 파산관재인: 파산한 회사의 재산을 관리하고 나누는 일을 맡는 사람이나 기관이에요.
- 구상금: 남의 빚을 대신 갚은 쪽이 그 돈을 돌려 달라고 청구하는 돈이에요.
- 파산 종결: 남은 재산을 채권자에게 나누고 파산 절차를 끝내는 일이에요.
- 동적 상·하한가: 짧은 순간 가격이 정해 둔 폭 밖으로 튀지 않게 막는 장치예요.
- 착오매매 구제: 주문 실수로 큰 손실이 났을 때 거래소에 구제를 신청하는 제도. 2014년 파생상품 시장 기준은 손실 100억 원 이상이었어요.
- 킬 스위치: 착오 주문을 낸 계좌의 아직 체결되지 않은 주문을 한꺼번에 취소하는 장치예요.
-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2018년 삼성증권이 배당금 대신 주식을 넣어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팔린 일이에요.